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나폴레옹〉은 단순한 전쟁영화나 위인전이 아닙니다. 정복자이자 제국을 일으킨 황제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인간적인 내면, 그가 사랑했던 조제핀과의 관계, 그리고 그를 무너뜨린 스스로의 오만까지. 이 영화는 ‘나폴레옹’이라는 거대한 신화를 해체하고, 한 인간이 어떻게 신화가 되고 다시 무너지는지를 상징적으로 그려냅니다.
1. 결말 해석 – 몰락은 패배가 아니라 ‘자기 파괴’의 끝이었다
〈나폴레옹〉의 결말은 전쟁에서의 패배가 아닌, 그의 내면이 무너지는 장면으로 그려집니다. 워털루 전투에서의 패배는 역사적으로는 나폴레옹의 마지막이지만, 영화는 그 전부터 이미 그가 무너지고 있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결정적 전환점은 조제핀과의 관계입니다. 그녀와의 결혼, 불임, 이혼, 그리고 죽음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폴레옹은 끊임없이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그녀는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그의 불완전한 인간성을 비추는 거울로 등장합니다.
결국 조제핀을 잃고, 제국도 잃은 나폴레옹은 마지막 장면에서 과거의 환영을 바라보며 “내가 황제였다”고 중얼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회한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신화 속에 갇힌 한 인간의 자멸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2. 영화 속 핵심 상징 – 말, 거울, 조제핀
〈나폴레옹〉은 상징을 통해 말 없는 서사를 전달합니다. 그중 가장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오브제는 ‘말’입니다.
- 말(Horse): 전쟁, 진군, 제국의 확장 등 힘과 지배의 상징. 하지만 마지막에는 더 이상 말을 타지 못하며 권력의 추락을 상징합니다.
- 거울(Mirror): 자기 확신과 의심, 현실과 이상 사이의 충돌을 나타냅니다. 특히 조제핀과 함께 있는 거울 장면은 관계의 복합성을 강조합니다.
- 조제핀(Joséphine): 사랑이자 약점이며, 나폴레옹의 유일한 인간성의 연결점입니다.
3. 제국과 개인의 이중 초상 – 왜 지금 ‘나폴레옹’인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한 지도자, 카리스마, 제국이라는 단어들이 환상처럼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나폴레옹은 과거의 인물이지만, 현재에도 통용되는 권력의 아이콘입니다.
〈나폴레옹〉은 그 아이콘을 벗기고, 한 인간의 본능, 욕망, 불안정한 사랑과 자존심, 그 끝의 공허함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폴레옹은 혼자 남겨져 과거를 중얼거리고, 관객은 ‘황제’가 아닌 한 남자의 무너진 내면을 보게 됩니다.
결론: 신화에서 인간으로, 나폴레옹이 남긴 유산
〈나폴레옹〉은 위대한 정복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위대해지고 싶었던 인간의 고독한 여정입니다. 결말은 전쟁이 아니라 감정의 무너짐으로 끝나고, 상징은 칼이 아니라 거울 속의 자신입니다.
그는 황제였지만 동시에 외로운 연인이었고, 신화였지만 그 끝은 비극의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묻게 됩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전부를 걸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