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리뷰 — 꿈과 사랑, 둘 다 가질 수 없을 때
영화 리뷰 · MOVIE REVIEW
라라랜드
LA LA LAND · 2016
꿈과 사랑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순간을 노래로 통과하는 영화
꿈을 꾸는 사람들의 도시에서,LA LA LAND, 2016
두 사람은 가장 빛나는 순간에 만난다.
7년간 아무도 만들지 않으려 했던
뮤지컬
라라랜드 리뷰를 쓰려면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부터 짚어야 한다. 데이미언 셔젤은 하버드를 졸업한 직후 이 각본을 완성했지만, 원안 그대로 제작하겠다는 스튜디오를 찾지 못했다. 뮤지컬 영화에 돈을 대겠다는 곳이 없었다. 각본이 서랍에 들어가 있던 시간은 7년이었다.
상황을 바꾼 것은 2014년의 《위플래쉬》였다. 그 성공 덕에 서밋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았고, 촬영은 2015년 여름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됐다. 제목인 '라라랜드'는 로스앤젤레스의 별명이면서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두 뜻이 겹치는 자리에 영화가 서 있다.
음악을 맡은 저스틴 허위츠는 셔젤의 하버드 시절 룸메이트다. 감독과 작곡가가 학생 때부터 같은 것을 보고 자랐다는 사실은 이 영화의 결을 설명해준다. 곡이 장면에 얹힌 것이 아니라, 장면이 곡의 구조를 따라 설계된 것처럼 움직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밀어 올리고 밀어낸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착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꿈을 지키려는 사람 특유의 이기심을 감추지 않는다. 서로를 응원하는 장면과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장면이 같은 대사에서 나온다는 점이 이 영화가 흔한 로맨스와 갈라지는 지점이다.
두 사람이 다투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편을 들지 않는다. 누가 옳은지 판정하지 않는 대신, 둘 다 자기 말이 옳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만 보여준다.
엠마 스톤은 이 역할로 제73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이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버드맨》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가 노래와 탭댄스를 얹은 배역으로 주연상까지 간 셈이다. J.K. 시몬스는 《위플래쉬》의 악명 높은 지휘자에 이어 이번에는 세바스찬을 해고하는 클럽 주인으로 잠깐 등장한다.
진짜 몸이 만드는
설득력
뮤지컬 영화의 성패는 대개 한 가지에서 갈린다. 화면 속 사람이 실제로 하고 있는가. 라라랜드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받는다. 두 배우는 대역 없이 직접 노래하고 춤춘다. 고슬링은 피아노 연주 장면을 위해 몇 달을 연습했고, 손을 잘라내지 않고 잡은 숏이 그 훈련의 결과다.
★ 하이라이트 장면
고속도로 정체 구간에서 시작하는 오프닝 'Another Day of Sun'은 이 영화의 선언문이다. 차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춤을 추고, 카메라는 끊지 않고 그 사이를 통과한다. 뮤지컬을 왜 지금 다시 만드는가에 대한 답을 대사 한 줄 없이 6분 만에 끝낸다.
롱테이크를 고집한 선택은 계산된 것이다. 편집으로 이어 붙이면 춤은 언제나 더 완벽해 보인다. 대신 관객은 그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셔젤은 완벽함을 조금 포기하고 신뢰를 택했다. 그리피스 천문대 장면이나 언덕 위 탭댄스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영화의 음악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같은 멜로디가 상황을 바꿔가며 반복되고, 관객은 그 변주만으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챈다.
다만 짚어야 할 한계도 있다. 두 배우의 노래와 춤은 성실하지만 전문 무용수나 가수의 수준은 아니다. 고전 뮤지컬을 기준으로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개봉 당시부터 있었다. 더 큰 논쟁은 재즈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흑인 음악의 역사를 백인 남성 주인공이 지켜내는 구도로 짰다는 비판이 미국 평단에서 적지 않게 나왔고, 이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영화가 재즈를 사랑하는 방식은 진심이지만, 그 사랑이 누구의 시선인지에 대한 질문까지 감당하지는 못한다.
10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보는 이유
기록만 놓고 봐도 이 영화의 위치는 분명하다. 제89회 아카데미에서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타이타닉》과 《이브의 모든 것》이 세운 최다 후보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감독상·여우주연상·촬영상·미술상·음악상·주제가상 6개를 받았다. 셔젤은 역대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가 됐다. 골든글로브에서는 7개 부문을 모두 가져갔다.
그날 밤 작품상 봉투가 잘못 전달돼 라라랜드가 호명됐다가 《문라이트》로 정정된 사고는 시상식 역사에 남았다. 공교롭게도 그 장면은 영화의 주제와 겹친다. 손에 쥔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몫이었다는 것.
흥행도 예상을 넘었다. 제작비 3천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4억 4500만 달러를 벌었다. 한국에서는 전 세계 최초로 2016년 12월 7일 개봉해 373만 명을 넘겼고, 이후 세 차례 재개봉했다. 개봉 초반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다 4주차에 순위를 다시 끌어올린 역주행은 입소문이 만든 결과였다.
💬 이런 분께 추천
뮤지컬 영화가 낯설어 미뤄둔 분 / 무언가를 포기하고 다른 것을 택해본 적 있는 분 / 《위플래쉬》의 밀도를 다른 온도로 만나고 싶은 분 / 2010년대 영화 중 음악이 오래 남는 작품을 찾는 분
결국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화려함이 아니라 정직함에 있다. 꿈을 이루면 다 괜찮아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무언가를 놓아야 한다고, 그리고 그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한다. 마지막 시퀀스가 어떤 방식으로 그 말을 완성하는지는 직접 확인하길 권한다.
당신은 미아와 세바스찬의 선택을 이해하는 쪽인가, 아니면 다른 길이 있었다고 믿는 쪽인가. 댓글로 이야기를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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