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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리뷰 — 그림이 세계의 규칙을 그리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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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MOVIE REVIEW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SPIRITED AWAY · 2001

 
 
 

이름을 빼앗긴 소녀가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우는 동안, 손으로 그린 세계는 조용히 규칙을 완성한다

2001개봉 연도
124분상영 시간
★★★★편집 평점
전체관람가관람 등급
 
SCROLL
"한번 일어난 일은 절대 잊혀지지 않아. 그저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SPIRITED AWAY, 2001
01영화 소개

비영어권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를 넘은 지브리의 대표작

2001년 일본에서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개봉 당시 일본 박스오피스 기록을 새로 썼고, 그 기록은 이후 20년 가까이 깨지지 않았다. 200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비영어권·비디즈니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이 부문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야기는 이사를 가던 열 살 소녀 치히로의 가족이 낯선 터널을 지나며 시작된다. 부모는 정체 모를 음식을 먹다 돼지로 변하고, 치히로는 신들이 몸을 씻으러 오는 온천장 '아부라야'에 발이 묶인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마녀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센'이라는 새 이름으로 일해야 한다. 124분 동안 영화는 이름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감독미야자키 하야오
각본미야자키 하야오
주연(성우)히이라기 루미, 이리노 미유, 나쓰키 마리
장르애니메이션 / 판타지
음악히사이시 조
특이사항한국은 2002년 6월 28일 개봉, 전체관람가로 분류됐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을 지인의 열 살 딸을 위해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어른을 위한 우화가 아니라 정확히 그 나이대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계를 그리겠다는 목표가, 온천장이라는 낯선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편적인 성장담으로 만든 배경이다.

02등장인물 분석

이름을 잃은 소녀와
경계에 선 존재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인물들은 대부분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아니다. 온천장이라는 폐쇄된 세계 안에서 각자의 규칙과 생존 방식을 가진 존재들이 치히로를 둘러싸고, 그 관계 속에서 소녀는 조금씩 변한다.

치히로 (센)
히이라기 루미
투정 많고 무기력하던 열 살 소녀. 이름을 빼앗기고 낯선 노동에 던져지면서, 두려움을 삼키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법을 배운다. 성우 히이라기 루미는 이 작품이 첫 목소리 연기였다.
하쿠
이리노 미유
치히로를 온천장의 규칙으로부터 지켜주는 소년. 사실은 이름을 잃어버린 강의 신이라는 설정이, 치히로가 겪는 상실과 정확히 포개진다.
유바바 / 제니바
나쓰키 마리
온천장을 지배하는 탐욕스러운 마녀 유바바와, 정반대의 온화함을 지닌 쌍둥이 언니 제니바를 한 성우가 동시에 연기한다. 하나의 목소리가 두 얼굴을 오가며 이 세계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조연들은 착하거나 나쁘지 않다. 가마 할아범도, 린도, 심지어 유바바조차 자기 방식대로 온천장에서 살아남고 있을 뿐이다. 치히로는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한다.

가오나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말을 하지 못하고 다른 존재의 욕망을 그대로 흡수해 폭주하는 이 캐릭터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존재가 타인의 인정에 얼마나 쉽게 휘둘리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03그림체가 이야기에 하는 일

손으로 그린 세계가
규칙을 설명하는 방식

지브리는 이 작품에서도 셀 애니메이션을 고수했다. CG가 아니라 수만 장의 손그림이 온천장의 질감, 신들의 형상, 음식의 김이 오르는 방식까지 하나하나를 만들어낸다. 이 선택은 단순한 미학적 고집이 아니라, 낯선 세계의 규칙을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 하이라이트 장면

오물신으로 온천장에 나타난 존재가 사실은 오염된 강의 신이었음이 밝혀지는 장면은 이 영화의 그림체가 가장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자전거와 쓰레기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화 과정은, 대사 한 줄 없이도 인간이 자연에 남긴 흔적을 압축해 보여준다.

신들의 디자인도 저마다 다른 문화적 참조를 담고 있다. 무 얼굴의 신, 개구리 종업원, 새 형상의 유바바 등 온천장을 채우는 존재들은 일본 민속과 신도 신앙의 이미지를 변형한 것들이다. 그림체가 화려해서가 아니라, 그 그림 하나하나가 세계관의 논리를 설명하고 있어서 이 세계는 설득력을 갖는다.

이 영화에서 그림은 배경이 아니라 설명이다. 대사로 풀지 않는 세계의 규칙을, 화면 안의 디테일이 대신 말해준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밀도는 다소 느슨해진다. 제니바를 찾아가는 여정과 열차 장면은 정서적으로 아름답지만, 앞서 쌓아온 온천장 내부의 긴장감에 비하면 전개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 가오나시의 서사도 중반 이후 갑자기 축소돼, 그 상징성에 비해 결말에서의 비중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04명작의 이유

20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보는 이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개봉 첫해 일본에서 2,3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일본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썼다. 이 기록은 2020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나오기 전까지 깨지지 않았다. 아카데미 수상 이후 해외에서도 지브리라는 이름을 세계적으로 각인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가 시간이 지나도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성장담의 구조가 특정 시대나 지역에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을 빼앗긴다는 설정은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에 대한 은유이고, 그것을 되찾는 과정은 노동과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온천장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걷어내면, 남는 것은 낯선 환경에 던져진 아이가 두려움을 딛고 자립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서사다.

💬 이런 분께 추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는 분 / 성장·정체성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 대사보다 그림으로 세계관을 설명하는 연출을 좋아하는 분 /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판타지 영화를 찾는 분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후에도 여러 작품을 내놓았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사례는 드물다. 결말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는지는 직접 확인하길 권한다.

★★★★ 그림으로 세계의 규칙을 완성한,
지브리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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