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킹: 헨리 5세' 결말 해석과 상징성 분석
1. 권력과 피로 얼룩진 왕좌의 대가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방황하는 청년 헨리가 아버지의 유산과 정치적 음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차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결말부에서 헨리 5세는 아쟁쿠르 전투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프랑스 샤를 6세의 딸 카트린과의 결혼을 통해 양국의 평화를 모색한다. 하지만 카트린은 헨리에게 "아버지는 암살자를 보낸 적이 없다"며, 왕이 된 후 자신이 믿었던 진실이 조작된 것임을 알게 한다. 헨리는 분노하는 대신 앞으로 자신에게 반드시 진실만을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결말은 권력의 본질과 그 대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헨리는 왕좌를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를 흘리고 가장 소중한 벗 존을 잃었다. 또한 자신이 믿었던 신하와 체계, 심지어 전쟁의 명분마저 거짓과 조작 위에 세워졌음을 깨닫는다. 이는 "권력은 죽음을 먹고 자란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2. 역사적 상징: 민중의 왕과 국가 정체성
헨리 5세는 영국인들에게 이상적인 군주의 상징이다. 그는 전장에서 병사들과 함께 싸우며 "우리는 전우다, 나와 함께 피 흘리는 자는 나의 형제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통해 민중과의 연대를 강조한다[3]. 실제로 헨리 5세는 국내 정치에서도 영어 사용을 장려하고, 귀족과 평민을 아우르는 통합 정책을 펼쳤다. 이는 중세 잉글랜드가 하나의 국가 정체성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다[4].
아쟁쿠르 전투에서 헨리는 말을 타지 않고 보병과 궁수들과 함께 싸웠다. 이는 프랑스의 전통적 기사도(기마대)와 영국의 보병·궁수 중심 전술의 대결이자, 귀족 중심의 중세 질서에서 민중 중심의 새로운 국가로의 변화를 상징한다. 헨리 5세의 승리는 영국 민중의 힘과 국가적 상상력의 승리로 해석된다.
3. 이상과 현실, 그리고 군주의 고뇌
영화 속 젊은 헨리 5세는 아버지와 달리 전쟁을 피하고 백성의 고통을 줄이고자 하는 이상을 품었지만, 현실의 권력과 정치, 전쟁의 논리 앞에서 신념이 꺾이고 만다. 그는 신하들의 조언과 음모, 프랑스의 도발에 휘둘리며 점점 아버지와 닮아간다. 결국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피의 전쟁을 치르고, 그 과정에서 왕으로서의 정당성을 얻는다.
이 과정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도 닮아 있다. 헨리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신념과 현실 권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한다. 결말에서 진실을 깨달은 헨리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리고 권력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된다. 이는 "젊은 왕의 고뇌"라는 영화의 또 다른 상징적 주제다.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권력의 무게와 그 이면의 진실, 그리고 국가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젊은 왕의 성장과 고뇌, 그리고 역사적 상징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