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7>의 결말 해석과 상징적 장면 분석
영화 <1917>은 샘 멘데스 감독의 전쟁 서사시로,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두 영국 병사가 1,600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횡단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원쇼트 기법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성을 탁월하게 표현하며 깊은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영화의 결말과 주요 상징적 장면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순환적 구조와 생명의 나무: 결말의 의미
<1917>의 결말은 영화의 시작과 연결되는 순환적 구조를 보여줍니다. 스콜필드는 모든 고난을 겪고 메시지를 전달한 후, 영화 시작 장면과 유사하게 나무 아래 앉아 쉬는 모습으로 끝납니다. 이 순환적 구조는 전쟁의 끝없는 반복성을 암시하면서도,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녹색 초원과 마지막 장면의 벚꽃나무는 생명과 희망의 상징입니다. 특히 벚꽃나무는 일본 문화에서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상징하는데, 스콜필드가 마지막에 앉아 있는 이 나무는 그가 겪은 모든 고통과 상실 이후에도 생명이 계속됨을 의미합니다. 그가 아내와 딸의 사진을 보며 미소 짓는 모습은 개인적 희생의 가치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전쟁의 공포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결말에서 스콜필드가 블레이크의 형에게 블레이크의 반지와 소지품을 전달하는 장면은 순수한 인간적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임무를 완수했음에도 그가 블레이크의 가족에게 블레이크의 최후를 전하고 싶어 했던 것은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의 표현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임무를 넘어선 인간적 책임감을 보여주며,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영웅성의 본질입니다.
물과 불: 정화와 파괴의 이중 상징
<1917>에서 물과 불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물은 생명과 정화를, 불은 파괴와 변형을 상징하며, 이 두 원소는 전쟁의 양면성을 표현합니다.
스콜필드가 강물에 뛰어들어 하류로 떠내려가는 장면은 일종의 세례 의식처럼 묘사됩니다. 차가운 물속에서 그는 이전의 경험들을 씻어내고 새롭게 태어납니다. 물은 그에게 임무를 계속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반면 독일군 참호에서 물이 가득 찬 웅덩이와 진흙탕은 전쟁의 더러움과 혼란을 상징합니다.
불의 경우, 밤에 불타는 마을 에코스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불길에 휩싸인 건물들의 그림자와 실루엣은 지옥 같은 전쟁의 참혹함을 표현하면서도 기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이 장면에서 특히 빛을 발하며, 불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명암의 대비를 통해 전쟁의 공포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모순적 장면을 창조해냅니다.
또한 스콜필드가 양초불 아래에서 프랑스 여성과 아기를 만나는 장면에서 불은 따뜻함과 인간성을 상징합니다. 이 장면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인간적 온기와 연민이 살아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물과 불은 영화 전체에서 정화와 파괴, 희망과 절망의 이중적 상징으로 작용하며, 전쟁의 복잡한 본질을 표현합니다.
시간과 공간: 원쇼트 기법의 상징성
<1917>의 가장 큰 기술적 특징인 원쇼트(one-shot) 기법은 단순한 영화적 기교를 넘어 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편집 없이 연속된 숏처럼 보이는 이 기법은 전쟁에서 시간의 연속성과 잔혹한 현실감을 강조합니다.
원쇼트 기법은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전쟁의 모든 순간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휴식이나 도피의 순간 없이 계속되는 카메라 움직임은 전쟁에서 병사들이 느끼는 끊임없는 긴장감과 압박을 표현합니다. 특히 스콜필드가 적진을 가로질러 달리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그를 따라가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관객이 그의 공포와 결의를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또한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서 시작해 어두운 밤을 지나 다시 아침으로 돌아오는 약 24시간의 여정으로 구성합니다. 이는 인간 경험의 순환성과 단 하루 만에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전쟁의 무상함을 상징합니다. 특히 밤과 낮의 대비는 절망과 희망의 대비를 강조하며, 어두운 밤 속에서도 별빛이나 플레어 불빛이 길을 밝히는 장면들은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희망이 존재함을 상징합니다.
공간적으로도 영화는 신(新)독일 방어선인 힌덴부르크 선을 향해 점점 더 위험한 영역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푸른 초원에서 시작해 황폐한 전쟁터, 파괴된 마을, 그리고 다시 평화로운 숲으로 이어지는 공간적 변화는 전쟁의 파괴적 영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인간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1917>은 단순한 전쟁 영화를 넘어, 인간 경험의 보편적 주제를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희생, 우정, 의무, 그리고 상실의 테마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더욱 강렬하게 표현됩니다. 스콜필드의 여정은 단순한 군사적 임무가 아닌,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개인적 투쟁이자 모든 전쟁이 요구하는 무의미한 희생에 대한 명상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모습은 전쟁의 광기 속에서도 평화와 인간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