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가 만든 뜻밖의 인연들 – 영화 《예스맨》 리뷰
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피하게 된다. 무언가 새로운 제안이 들어와도 “그냥… 다음에 할게요”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오는 때가 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 영화 《예스맨》은 그런 지친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냥 한 번, 예스 해보면 어때요?”
이 영화는 짐 캐리 특유의 유쾌함 속에 묵직한 메시지를 숨겨 놓았다. 세상에 ‘예스’라고 말하는 순간, 인생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 그 이상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회, 인연, 그리고 삶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만든다.
1. 습관처럼 '노'만 외치던 남자의 인생 전환점
주인공 칼은 세상에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남자다. 이혼 후 마음의 문을 닫았고, 친구의 연락도 피하며, 회사에서는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삶이 특별히 나쁘진 않지만, 딱히 의미도 없는 그런 상태. 그런 그에게 친구가 한 세미나를 권유한다. "모든 것에 예스라고 말하라"는 극단적인 철학을 가진 세미나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했던 ‘예스 챌린지’. 그러나 하나둘씩 그 작은 ‘예스’들이 칼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평소 같았으면 거절했을 낯선 사람의 부탁에 응하고, 새로운 취미 활동에 참여하며,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얽히기 시작한다. 그 작은 변화들이 쌓이자, 그의 무기력했던 삶은 조금씩 살아 숨 쉬기 시작한다.
그 변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 자신도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된다. “혹시 나도 매일같이 습관처럼 거절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작은 ‘예스’ 하나가 가져오는 변화의 가능성을 이 영화는 재치 있게 보여준다.
2. 우연한 만남, 그리고 진짜 인연
가장 큰 변화는 엘리슨과의 만남이다. 자유롭고 감성적인 그녀는, 기존의 칼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작은 공연을 하고, 뭔가 세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산다. 칼은 그런 그녀에게 서서히 빠져든다. 엘리슨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그는 여전히 같은 습관 속을 맴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부분이 굉장히 공감된다. 우리는 종종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면서도, 그걸 막고 있는 것도 결국 우리 자신이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피하고, 익숙한 관계 안에만 머물며 안전함을 선택한다. 하지만 《예스맨》은 말한다. 때로는 뜻밖의 인연이, 우리의 세계를 바꾸는 열쇠가 된다고.
영화는 그 외에도 다양한 만남과 기회들을 보여준다. 무작정 ‘예스’를 외쳤을 뿐인데, 그는 진급을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심지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서 기쁨을 느낀다. ‘예스’는 단순한 긍정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된다.
3. 무조건 ‘예스’가 아닌, 진짜 중요한 선택의 기준
물론 영화는 무조건 ‘예스’만 외치라고 말하지 않는다. 모든 상황에서 긍정만 하는 건 오히려 자신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칼 역시 그런 경험을 한다. 점점 강박적으로 ‘예스’를 외치다가,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를 잃게 되는 것이다. 엘리슨과의 관계도 이 때문에 흔들리게 된다.
이 지점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예스맨》은 단순한 ‘긍정주의 찬양’ 영화가 아니다. 중요한 건 ‘예스’를 통해 경험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칼은 결국 '예스'라는 외부 규칙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리고 다시 자신답게, 진심으로 사랑하고, 행동하고, 관계 맺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예스는 삶을 넓히는 도구다. 하지만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는 나에게 달렸다. 억지로 긍정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도전. 영화는 그런 균형 잡힌 시선을 보여준다.
마무리 – 오늘 당신은 어떤 제안에 예스할 수 있을까?
《예스맨》은 끝까지 유쾌하다. 하지만 보고 나면 묘하게 마음에 여운이 남는다. "나는 과연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걸 거절해왔을까?", "내가 스스로 막아버린 기회는 없었을까?" 그런 생각들이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오늘, 작은 제안 하나에 ‘예스’를 해보고 싶어진다.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단지 우리가 외면하고 있을 뿐. 《예스맨》은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말해줄 뿐이다. “한 번쯤은 해볼 만하다고. 거기서 뭔가 멋진 일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그 말이 꽤 괜찮은 위로처럼 들리는 날, 이 영화가 꼭 생각난다.
오늘 당신은 무엇에 예스할 준비가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