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영화 <프리즌>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교도소의 개념을 완전히 뒤엎는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감옥이라는 공간은 범죄자들이 갇히는 장소이자, 동시에 그들만의 새로운 질서와 권력이 작동하는 무대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단순히 ‘감옥 속 폭력’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권력 전쟁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냅니다. 이 글에서는 <프리즌> 속 권력 구조, 인물 간 역학 관계, 그리고 그 이면에 깔린 사회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감옥은 감옥이 아니다: 또 하나의 세상
<프리즌>의 가장 충격적인 설정은, 감옥이 범죄를 막는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범죄의 본거지라는 점입니다. 유건(김래원 분)은 전직 경찰 출신의 수감자로서, 복수와 진실을 좇기 위해 교도소 안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곳은 단순한 수감 장소가 아니라, 범죄의 기획실이며 권력자들의 안전지대임이 드러납니다.
한종철(한석규 분)은 수감자이면서도 실질적으로 교도소를 지배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간수들과의 유착, 외부와의 교류, 정치와의 연결을 통해 '감옥 속의 왕국'을 구축합니다. 그는 감옥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또 다른 법과 질서를 만들고, 그 안에서 누군가를 처벌하거나 살릴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현실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던집니다. 과연 감옥이 단지 범죄자를 격리하는 공간일까요? 또는, 그곳은 오히려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가 태어나는 곳일까요? <프리즌>은 이 질문에 도발적인 시선으로 접근합니다.
2. 권력의 구조: 줄을 서야 사는 감옥의 룰
영화는 감옥 안의 서열 구조와 권력 구도를 치밀하게 그려냅니다. 범죄자의 세계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법보다 더 강력한 ‘규칙’이 존재합니다. 누가 누구의 라인에 서는지, 누가 정보를 독점하고, 누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감옥 안의 계급을 나눕니다.
한종철은 자신을 따르는 수감자들에게 일감을 주고, 외부 작전을 수행하게 하며,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합니다. 이는 마치 조직의 수장이 부하를 관리하듯 매우 체계적인 시스템입니다. 반대로 그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반기를 드는 자는 철저하게 배제되거나 제거됩니다. 이런 면에서 교도소는 '범죄자의 군대'이자 '비공식 조직'으로 묘사됩니다.
유건이 이 시스템에 편입되면서도 독자적인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영화의 주요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그는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권력 구조를 흔들기 위해 움직이지만, 그 역시 점차 ‘권력의 맛’을 알아가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권력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본성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3. 부패한 시스템: 감옥 밖보다 더 썩은 안
<프리즌>이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메시지는, ‘감옥 안이 더 썩었다’는 현실입니다. 외부 세계에서는 정의와 법이 지켜지는 듯 보이지만, 감옥 안에서는 오히려 법이 사라지고, 오직 권력과 이익만이 존재합니다. 교도소장과 간수들이 수감자와 결탁하고, 이들의 비호 아래 수감자들이 외부에서 청부살인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교도소라는 폐쇄된 공간을 통해 ‘법이 없는 세상’을 그립니다. 그리고 이 비정상적인 구조는 영화 속 이야기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부 교도소에서는 권력자 수감자의 특혜, 교도관과의 유착, 폭력과 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확대해 보여주며, 우리 사회 전체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진짜 갇혀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관객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게 됩니다.
4. 권력은 감염된다: 누가 진짜 범죄자인가
영화 후반부에 갈수록 주인공 유건은 점점 복수의 감정에 휘말리고, 자신이 과거에 혐오하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즉, 그는 권력을 무너뜨리려다 자신도 권력을 쥐게 되는 아이러니에 빠집니다.
이 부분은 영화 <프리즌>의 또 다른 테마인 ‘권력의 감염성’을 드러냅니다. 아무리 정의로운 의도라도, 권력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권력이 나를 삼키게 된다는 메시지입니다. 이는 영화 <다크나이트>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에서도 반복되는 주제이기도 하죠.
결국 유건은 복수를 이루지만, 그 끝에 남는 건 허망함뿐입니다. 권력을 이긴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권력으로 교체했을 뿐이라는 허탈한 결말은, 우리 사회가 반복하고 있는 권력의 악순환을 상징합니다.
<프리즌>은 단순한 범죄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통해 사회 구조, 인간의 본성, 그리고 권력의 본질에 대해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집니다.
‘누가 더 나쁜가’, ‘감옥 안과 밖의 경계는 무엇인가’, ‘진짜 감옥은 어디인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관객은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할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과연 자유로운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감옥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